그동안 마신 차들

본래 나는 여름이면 아무 것도 안 넣은 아이스 커피와 설탕을 듬뿍 넣은 아이스 티를 달고 사는데, 올해 여름은 별로 덥지 않아 낮에도 뜨거운 차를 즐길 수 있는 날이 많았다. 막 차에 입문한 나로서는 덕분에 끊이지 않고 이런저런 차를 이런저런 방법으로 끓여 마실 수 있어 좋았다.

Tea Palace의 라벤더 그레이. 베르가못 향기에 쌉쌀한 라벤더 향이 더해진 우아한 차다. 20년 전 우연히 마셔보고 잊지 못하고 있다가 이번에 런던 후배의 도움으로 찾아냈다. 다른 데선 구하기가 쉽지 않아 굉장히(!) 아껴가며 마시고 있다. 찻잔은 내가 가지고 있는 다구들 중 유일하게 살짝 비싸다 싶은 가격(한 쌍에 25불)을 주고 샀지만 보면 볼 수록 내 취향은 아닌 빈티지 웨지우드 찬우드.
Twinings의 랍상 수숑. 처음엔 향이 강해 충격을 받을 정도였지만 자꾸 마시다 보니 이젠 좀 더 진한 훈향을 맡아보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...
PG Tips로 만든 밀크티. 예전에 잠시 영국에 있을 때 아침마다 밀크티를 만들어 먹고는 너무 맛있어서 한동안 잊지 못하던 차. 그 때 수퍼마켓에서 팔던 차들 중 가장 가격이 저렴했던 걸로 기억한다. 근처에서 판매하는 곳을 발견하여 한 번에 80개들이 두 통을 들여 놓고 거의 매일 한 잔씩 마시고 있다. 찻잔은 벼룩시장에서 네 쌍에 8불정도 주고 데려온 아주아주 저렴한 잔이지만 예뻐서 요즘 가장 애용.
Ronnefeldt의 크림 오렌지 루이보스 티. 루이보스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 차는 정말 부드럽고 맛있다. 나른한 오후 티푸드 없이 마시기에 최고.  
Wedgwood의 피크닉 티. 이름만큼 설레는 향과 맛이다. 그런데 만일 이름이 피크닉 티가 아니었다면 향과 맛이 좀 덜 재미있게 느껴졌을 수도... 1970년대 빈티지 찻잔 세트는 17 piece에 단돈 3불!@.@
Claridge's Hotel London의 브렉퍼스트 티. 잠을 깰 필요가 있어 오후에 크림티로 한 번 마셔보았다. 평범한 듯하면서도 은근히 맛있다. 여기에 클로티드 크림이 있었다면 완벽했을텐데.. 반짝이는 은빛이 예쁜 티 스트레이너는 배짱두둑님 협찬.

by sycarden | 2009/09/11 06:35 | Tea for One | 덧글(4)

공원

미시간 호숫가의 국립 공원에 다녀왔다. 시카고에서 한 시간 정도 밖에 안 떨어져 시간 날 때마다 찾아가곤 하는 곳인데, 중서부에 몇 개 안 되는 국립 공원이라는 점, 시카고에서 가깝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상할 정도로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. 호숫가 모래사장을 제외하면 어느 곳엘 가도 사람이 없어 고즈넉한 분위기를 한껏 즐길 수 있으니 나로선 좋은 일이다. 대부분의 경우 숲 속으로 거미줄처럼 뻗은 길을 드라이브하고 식사 한 끼나 차 한 잔 후 모래사장 위에 차를 세우고서 거대한 호수가 내는 파도소리를 듣다 오는 짧은 하루 여행이지만, 이 번엔 숲 속 오두막에 짐을 풀고 며칠 묵고 왔다. 블로그 친구 윈터벨님께서 직접 사인해 보내주신 시집을 들고서.

공원 내 주차장으로 가는 길

주차장에서 도보 1분 거리 미시간 호수

개와 함께 미시간 호숫가를 산책하는 남자

이 곳에는 원초적인 작은 호수도 많고

늪도 많다.

오리나 백로들이 떠다니는 작은 호수

길을 가다 보면 사슴도 심심찮게 나타난다.

공원 안에는 집도 여러 채 있는데, 시카고 부자들이 주말 집으로 이용하는 크고 멋진 저택도 있지만 대부분 작고 예쁜 오두막들이다.

며칠 머문 오두막

마을 광장

지난 가을 찍은 시골 농부들의 헛간

옥수수밭

미시간 호수의 낙조

저 멀리 시카고 다운타운을 향해 넘어가는 해


창 밖에는 반딧불이들이 꿈처럼 떠다니고 거대한 나무 그림자가 바람에 흔들거린다. 모기불 냄새가 떠도는 실내에 앉아 저 멀리 들려오는 기차소리를 들으며 시詩를 읽는 밤.

by sycarden | 2009/06/23 15:41 | Sycamore Garden | 덧글(6)

지난 몇 주간 사들인 LP 판들을 어제부터 하나씩 듣고 있다. 한 3년 전부터 시간 날 때마다 벼룩 시장이나 중고품 가게를 기웃거리며 한 두장씩 사모으기 시작한 게 지금은 꽤 양이 많아졌다. 시장에 나와있는 판들은 대부분 내 취향의 음악이 아니어서 100 장을 뒤져야 맘에 드는 것을 한 장 발견할 수 있을까 말까다. 제일 흔한 판은 80년대 팝과 경음악, 내가 찾는 것은 고전음악이나 재즈, 포크. 그 밖에 반드시 내 취향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폴 모리아나 헨리 만시니, 만토바니 악단 등의 연주 판이 그나마 흔하면서도 흥미로와 몇 장 데려와 듣고 있다.

요즘은 거의 아무도 LP를 듣지 않아서인지 한 장에 $ .50 ~ 5.00 정도의(평균 2불 정도?), 중고임을 감안해도 꿈같은 가격에 살 수 있는데, 비틀즈만은 한 번도 눈에 띄지 않아 못 사다가(서구에서의 비틀즈의 인기는 아직도 상상을 초월한다) 며칠 전 중고 레코드 가게에서 한 장당 $25.00이라는 거금을 주고 두 장을 들여왔다. 고등학교 다닐 때 비틀즈의 발라드라는 판과 화이트 앨범을 구입했던 이후 이십 이 년만의 LP다.

글렌 굴드의 파르티타. 같은 연주가 CD로도 있지만 LP 특유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 구입했다. 유명한 그 이상으로 보석 같은 연주다.

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다페스트 현악 사중주단의 베토벤.

호로비츠를 위하여...

이번엔 라살 사중주단의 Op.131 이것도 아마 CD로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..

게오르그 솔티 경과 정경화의 엘가. 가슴 뛰게 아름다운 곡이다. 솔티는 처음 독일어에 귀가 트이기 시작했을 무렵 TV 인터뷰를 본 이후 죽 개인적으로 친근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(내가 인생 최초로 제대로 알아 들은 독일어 방송이었다. 아마 솔티가 외국인이어서 비교적 쉬운 독어로 말해서 그랬던 것 같기도...). 타계 소식을 듣고 눈물이 났던 몇 안 되는 분들 중 하나. 지금 보니 외모도 드라큘라 형으로 딱 내 취향이구나.

라두 루푸 아저씨의 슈베르트는 얼마 전 음악회에서 직접 듣기도 했다. 라스푸틴을 연상시키는 외모와 어울리지 않게 무척 섬세한 연주였다.

캐롤 킹의 유명한 태피스트리.

70년대 록/포크 그룹이었던 더 뉴 시커스. 70년대 특유의 자유의 향기가 느껴지는 재미있는 앨범이다.

오랜만에 엘라 여사의 거쉬인.

기타리스트 쳇 앳킨스의 커리비안 기타. 아직 안 들어봤는데, 어떤 음악일지 궁금하다.

by sycarden | 2009/06/19 15:03 | Sycamore Garden | 덧글(2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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